비아그라가 뭐길래 …

얼마전의 일이다. 50대 가량의 남자 환자가 약간 흥분된 얼굴로 진료실로 들어왔다. 이 환자는 5년쯤 전부터 발기력이 약해지고, 어렵사리 발기가 되어도 잘 유지되지 않아 음경해면체내 주사제를 사용해왔던 환자였다. 비아그라를 한번 써보길 원하여 신체검사, 운동능력 등에 대한 문진 및 간단한 검사를 마친 뒤 비아그라를 처방해 준 것이 1주전의 일이었다.

“벌써 오셨습니까. 효과는 있으셨는지요?”
“효과는 무슨… 비아그라는 가짜 약이 많다는데, 혹 내가 가짜 약을 먹은 건지. 선생님, 효과가 전혀 없었습니다.”
“부작용은 없으셨구요?”
“얼굴이 조금 붉어지긴 하던데 별 불편은 없었습니다. 주사약보다 편하기는 하던데..”
“저희가 임상실험을 했을 때의 결과로 보면, 얼굴이 붉어지는 안면홍조가 10% 정도 되고, 그 외 두통 등 경미한 부작용이 30% 내외에서 나타납니다. 물론 모든 환자에게서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고, 20-30%의 환자에서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설명드린대로 복용하셨지요?”
“그럼요. 회사에서 방문을 잠그고 약을 먹은 뒤 말씀하신대로 한시간을 기다렸지요. 효과가 없길래 조금 늦게 효과가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는 게 생각이 나서 한시간을 더 기다렸지만 전혀 반응이 없던걸요.”
“회사에서요?”
“집에서 실험해보기는 쑥스럽구. 기다리기 무료해서 일하면서 시간을 재 봤지요.”
“비아그라는 주사약과는 달리 성적인 자극이 주어져야 한다고 설명을 드렸던 거 기억나세요?”
“그랬던가요? 주사약은 성적인 자극이 없더라도 주사하면 5-10분 내로 바로 효과가 나타나던데..”
“비아그라는 작용기전이 주사약과는 다릅니다. 성적인 흥분상태가 되어야 효과를 나타낼 수가 있는거죠. 아무리 기름만 부으면 뭐합니까, 불씨가 붙어야지요.”

비아그라가 발기부전 환자에게 사용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료실에서의 대화내용이다. 비아그라는 1998년 3월 미국에서 FDA의 공인을 받고 판매된 이후 많은 발기부전 환자들에게 사용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질 건조증, 오르가즘 장애 등의 여성 성기능장애에까지 시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아그라는 원래 협심증과 고혈압의 치료제로 개발되다가 효과가 약하여 그쪽으로는 연구가 중단되었는데, 임상시험도중 대상환자에서 발기빈도가 증가하는 것이 발견되어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협심증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는 니트로글리세린 제재와 함께 투여하면 니트로글리세린의 혈압강하효과를 강화시켜서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인체가 성적자극을 받으면 신경말단과 혈관의 내피세포에서 산화질소가 분비되며, 이것이 guanylate cyclase를 활성화시켜 cGMP의 발생을 증가시키는데, 이 cGMP가 음경해면체의 평활근을 이완시켜서 발기가 일어나게 된다. 이처럼 음경해면체의 이완에 관여하는 cGMP는 phosphodiesterase(PDE) 5형라는 효소에 의하여 분해된다. 비아그라는 이 PDE 5형을 억제함으로써 cGMP의 농도를 증가시키고 장기간 유지시켜, 환자 스스로의 힘으로 약간의 발기라도 일어나면 그것을 강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비아그라는 그 기전상 매우 생리적인 약제라 할 수 있다. 비아그라 이전에 발기부전의 치료제로 가장 흔히 이용되던 음경해면체내 주사제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발기를 유발시키는 반면, 비아그라 복용후의 발기는 시청각 또는 촉각 등의 성자극이 선행되어야 하는 생리적 발기인 것이다.

복용된 비아그라는 체내에서 신속하게 그 효과를 나타낸다. 공복상태에서 이 약을 복용하는 경우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평균 20분 정도가 소요되며, 최고혈중농도에 이르는 시간은 30-120분(평균 60분)이다. 이에 비하여 식후에 비아그라를 복용하는 경우 그 흡수가 느려져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고지방식을 섭취한 뒤에는 최고혈중농도에 이르는 시간이 60분 정도 증가하며 최고혈중농도는 29% 감소한다고 한다. 흔히 음주 후에 비아그라를 먹었더니 효과가 없더라는 환자가 간혹 있는데, 알코올 자체가 발기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으며, 음주시에 함께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한 경우 위와 같이 비아그라의 흡수가 저해되기 때문에 효과가 안 나타날 수도 있다.

젊은 발기부전 환자에서 비아그라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임신이나 태아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비아그라 100mg을 1회 복용시 90분후 정액에서 검출된 양은 투여량의 0.001%에 불과하므로 배우자나 태아에 미칠 영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또 정자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비아그라는 간에서 cytochrome P-450 효소에 의해 대사되므로, 이 효소를 억제하는 cimetidine, erythromycin, ketoconazole 등은 비아그라의 대사를 지연시킨다. 건강한 사람에게 이같은 약물을 복용시킨 뒤 비아그라를 투여하면 24시간 후 혈중농도가 2-8배 증가한다. 따라서 이같은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주의해서 용량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비아그라가 억제하는 PDE 5형은 음경의 발기조직 외에도 소화관(식도, 소장, 대장)이나, 비뇨기(방광 등), 뇌 등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임상실험결과를 보면, 두통(16%), 안면홍조(10%), 속쓰림(7%), 요로감염(3%), 설사(3%), 어지러움(2%), 발진(2%) 등이 나타났다. 이는 PDE 5형이 낮은 농도로 혈관의 평활근에 존재하는데 비아그라가 혈관을 확장시켜 이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비아그라는 PDE 5형뿐 아니라 그 1/10의 강도에 불과하지만 PDE 6형을 억제하기도 한다. 이 6형은 안구의 망막에 있는 효소로서, 비아그라 복용자의 3%에서 시각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그 양상은 색 감지의 변화, 빛에 대한 감수성 증가가 나타나고 시야가 흐릿해지기도 하는데, 대개 경미한 정도이고 수분 또는 수시간 내에 사라진다.

비아그라가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임상시험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건강한 성인에게 100mg을 한번 투여하였을 때, 수축기혈압의 최대감소치는 8.4mmHg였고, 확장기혈압의 최대감소치는 5.5mmHg였다. 비아그라와 위약투여군간의 중증의 심혈관계 이상반응, 혈압관련 이상반응 및 항고혈압제의 병용투여후의 변화의 발생율은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성행위는 다른 유산소운동처럼 특히 심장에 영향을 주므로 심혈관계의 위험으로 인해 성행위가 권장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투약하지 말아야 한다.

65세 이상이거나 중증의 신부전 또는 간기능 장애 환자의 경우 비아그라의 혈중 농도가 증가하므로 비아그라의 복용량을 25mg부터 투여하여야 한다. 이밖에도 최근 6개월 이내에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있었던 환자, 휴식시 혈압이 90/50mmHg 미만인 저혈압 환자, 휴식시 혈압이 170/100mmHg를 초과한 고혈압 환자, 색소성망막염을 앓고 있는 환자 등에게는 비아그라를 투여해서는 안된다.그러나 최근 보고된 바에 의하면 고혈압 환자에서 비아그라의 부작용이 정상인에 비해 증가하지 않으며, 원래 협심증, 고혈압 약으로 개발되었던 만큼, 허혈성 심질환의 경우에는 오히려 심장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3년여간의 시판 결과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서,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한 공로는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안전성과 효능은 의사의 적절한 진단과 처방으로 인해서만 가능하고 항상 약물의 남용과 부작용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