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오늘날 대표적인 비뇨생식기계 의약품이 된 사연이 공개됐다. 한 광부의 솔직함이 덕분이었다.
비아그라는 원래 심장질환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약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협심증 치료제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기부전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치료 효과가 우연히 확인될 수 있었던 것은 한 광부의 숨김없는 발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화이자 전 연구원인 데이비드 브라운 박사는 2일 가디언을 통해 “광부 한 명의 솔직한 발언이 없었다면 오늘날 비아그라는 없었을 것”이라며 “대작을 완전히 놓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아그라는 협심증 치료제로 유망하지 않았다. 화이자는 1993년 개발을 거의 포기하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마지막 시도로 비아그라 투여량을 늘리는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투여 용량이 늘어나면 협심증에서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가정 하에 영국 웨일스 동남부 도시인 머서티드빌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것이다.
당시 이 지역은 탄광이 폐쇄돼 실업과 빈곤 상태에 빠진 광부들이 살고 있었다. 300파운드(약 50만 원)를 지급하는 비아그라 임상시험에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임상 참가자들은 혈액 샘플 채취, 비아그라 투약 등을 진행했고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약 복용 후 일어난 변화를 묻는 질문을 했다. 브라운 박사에 의하면 질문을 받은 한 광부가 손을 들고 “밤새 발기가 일어난 것 같다”는 경험을 공유했다. 추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른 참가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브라운 박사와 동료들은 특이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연구를 진행한 결과 심장 주위 혈관을 이완시켜 혈류를 증진시키도록 고안한 비아그라가 음경 내 동맥들에도 동일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 브라운 박사는 광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결국 이 약의 상업적 잠재력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비아그라를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에 처음에는 거부감을 드러냈지만 브라운 박사의 설득 등을 통해 재빨리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통해 비아그라는 1998년 처음 출시됐고 오늘날 역사상 가장 많이 처방된 약 중 하나가 됐다.